[선교사이야기] 성가정입양원 사도직 이야기_Sr. 유상숙 솔리나, M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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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 재잘거림으로 생동감 넘치는 성가정 입양원
성가정입양원은 경치 좋고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 재잘거림 그리고 보육사들의 우렁찬 목소리로 생기와 생동감을 주는 곳이다. 나는 성가정입양원에서 8년째 소임을 하고 있다. 수녀원 입회하기 전 레지오 마리애 활동으로 성가정입양원을 다녀갔던 적이 있었다. 봉사자가 아이들 방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서로 안아 달라고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아이들에게 동요도 불러주고, 비행기도 태워주고, 청소도 하고, 목욕도 시켜주며 2년여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당시 입양원에서 소임 중인 수녀님의 소개로 예수성심전교수녀회를 알게 되었고, 수도자로서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되었다.
수녀가 되어 성가정입양원 소임을 받았을 때, 자원봉사를 하면서 행복했던 기억과 내가 수도자가 될 수 있었던 연결고리인 곳이라 무척 설렜다. 그리고 다른 기관에서 함께 소임했던 알퐁시아 수녀님, 클라릿다 수녀님과 공동체를 이루었다. 나는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힘의 원천인 하느님과 공동체 수녀님들이 계시기에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몫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내며 성장해 가는 기쁨이 컸다.
성가정입양원에는 매년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입소하고, 그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아 떠나간다. 아이들은 각각의 기구한 사연을 품고 입소하는데 분명한 하나는 친생부모가 '생명으로 선택한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입양 부모님들이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버려진 아이'라는 표현이다.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볼 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이야기를 한다면 '버려진 아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 각자의 숨겨진 사연들은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이곳에 맡겨졌는지 깨닫게 하므로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사명도 결연하다.
건강한 아이들도 있지만 미숙아로 태어나 의료적으로 많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간호 수녀님이 아이들을 안고 병원을 가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다. 클라릿다 수녀님이 아이를 안고 병원에 가면 가끔 "할머니 되시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나이가 되었다. 수녀님은 한 번씩 '어깨 아프다.', '허리 아프다.' 하면서도 누구보다 날래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알퐁시아 수녀님은 자주 "클라릿다 수녀님은 우리랑 달라. 제주도에서 어렸을 때부터 좋은 거 먹고 자라서 못 먹고 자란 우리랑은 차원이 달라."라고 말한다. 만만치 않은 병원 일정은 클라릿다 수녀님도 지치고 힘들게 한다. 그래서 관구에서는 올해 마리 글라라 간호 수녀님을 파견하여 아이들의 돌봄도 더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기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활동하는 직원들과 봉사자들
직원들과 자원봉사들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빨리 엄마, 아빠를 만나 집으로 갈 수 있도록 조회 시간과 저녁 인수인계 때 매일 '아기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활동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우리의 품을 떠나 집으로 가게 되면 감사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고 서운하다.
나는 하루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다른 시설에서 소임을 할 때와 비교해 보면 이곳에서의 업무 강도는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오는 보고서들과 서류들에 치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고 나에게 맡겨진 귀한 소임이며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한다. 성가정입양원 아이들을 위해 함께하고 있는 수녀들, 직원들, 봉사자들, 후원자들 각각의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연결되고 맞물려 돌아가며 그렇게 아이들은 하나둘 제 집을 찾아간다.
며칠 전에 둘째 자녀를 맞이하러 온 한 가족의 방문이 있었다. 첫 자녀에 이어 두 번째 입양이다. 첫째가 딸인데 담당 사회복지사의 말에 의하면 남동생을 만난다는 기쁨에 전날 한바탕 춤을 췄다고 한다. 먼 길 운전하고 왔지만, 엄마, 아빠, 누나의 얼굴은 피로한 기색 없이 환했다. 누나는 남동생과 함께 갖고 놀 장난감을 잔뜩 챙겨와 마중을 나온 선생님들한테 웃음을 선사했다. 입양 가족들이 기관에 내방을 할 때마다 우리는 큰 행복감을 만끽한다.
성가정입양원은 올해 개원 3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성가정입양원을 통해 3,000여 명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만나 집으로 갔다. 세월의 흐른 만큼 입양 체계가 보건복지부에서 허가받은 민간기관에서 진행해 왔던 입양이 내년 7월부터는 법 개정으로 '입양특례법'이 '국내입양특별법'과 '국제입양법'으로 바뀌고 국가의 책임과 주도하에 아동의 입양이 진행되게 된다.
그에 따른 민간기관의 역할과 운영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므로 앞으로의 향방이 불명확하다. 바뀐 체제 안에서 '입양이 순조롭게 진행될까?' 하는 의구심도 생기고, '지금이 손을 놓아야 하는 때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정 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쉽게 손을 못 놓는다.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이 소중한 소임에 몸담고 있음이 그 무게감에 버거울 때도 있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우리 성가정입양원 공동체는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때까지 충실히 사도직에 임하며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고 있다.





